왜 이제야 목포에 온 걸까?

세시간전 | 2021-08-17 16:00읽힘 13483

날이 더워지면 자연스레 몸은 축 처지고, 기나긴 장마는 마음마저 지치게 만든다. 지친 몸과 마음 때문에 신경까지 예민해질 때, 조용히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면. 왠지 촌스럽지만 귀여운 동네, ‘목포’에 가서 위로를 받아보는 건 어떨까. 국내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에게 그다지 관심을 끌지 못하는 도시인 목포의 매력, 지금 소개한다. 글 사진 예림

한적하고 평화로운 고양이들의 쉼터

목포역
포근한 날씨와 잘 어울리는 KTX 목포역

포근한 날씨와 잘 어울리는 KTX 목포역

목포역에서 내리면 남부 지방 특유의 촉촉한 공기와 함께 사람 냄새나는 낮은 건물들이 정겹게 맞아준다. 항구 도시는 시끌벅적할 거라는 생각과는 다르게 목포의 조용하고 한적한 분위기에 놀랄지도 모르겠다. 역 근처에는 ‘맛의 도시’답게 맛집과 빵집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여기저기 드러누워있는 고양이들

여기저기 드러누워있는 고양이들

그 외에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건 길고양이들이다. 동네 사람들을 잘 따르는 고양이들은 대부분 온순하고 평화롭다. 아마도, 먹을 것을 주며 함께 살아가기를 추구하는 주민들 덕분이겠지. 고양이뿐만 아니라 큰 개들도 거리 곳곳을 누빈다. 복잡한 마음을 달래줄 한가로운 바닷가 마을의 표본이랄까?

목포의 자랑, 코롬방제과

코롬방제과
코롬방제과점 2층에서 보이는 알록달록한 마을

코롬방제과점 2층에서 보이는 알록달록한 마을

어떤 빵을 집어도 실패 확률이 적은 목포의 대표 빵집, 코롬방 제과점. 1949년에 시작된 ‘코롬방제과’의 역사는 오랜 세월 목포와 함께 달려왔다. 코로나 이전에는 매일 줄을 서서 먹어야 할 정도의 인기를 누린 곳이기도 하다. 현재까지도 주민들에게는 만남의 장소, 휴식의 장소가 되어주며 빵순이, 빵돌이들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리스트가 되겠다.

‘공룡알’과 앙버터, 생크림과 과일이 들어간 빵

‘공룡알’과 앙버터, 생크림과 과일이 들어간 빵

추천하는 ‘연유볼’. 고소하고 부드럽다

추천하는 ‘연유볼’. 고소하고 부드럽다

원하는 빵을 사고 창밖 구경을 하면서 여유롭게 브런치를 즐겨보면 어떨까? 목포에 있는 동안 꽤 자주 들리게 될 테니 다양한 빵을 즐겨 보는 게 좋겠다.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빵들부터, ‘코롬방’에서만 볼 수 있는 빵들까지. 그중 단연 추천하고 싶은 빵은 ‘연유볼’이다. 쫄깃한 바게트 안에 달콤하고 고소한 연유와 크림치즈의 조화가 입안의 작은 행복을 선물할 테다. 💵 ICE아메리카노 3.2 연유볼 5.0 (21년 8월 기준)

유럽 감성 자극하는 티타임 in 영국다방

잉글리쉬크림티하우스 영국다방
영국의 작은 마을에 와있는 듯한 클래식한 외관

영국의 작은 마을에 와있는 듯한 클래식한 외관

아늑하고 조용한 곳에서 티타임 갖기를 좋아한다면 가봐야 할 ‘영국다방’. 고급스럽고 클래식한 외관부터 해외여행 향수를 자극하는 유럽식 인테리어까지 갖춘 곳이다. 세심하게 가꿔진 공간들과 수제 쿠키와 스콘, 빈티지 소품들을 구경하다 보면, 정성스럽게 준비된 디저트와 커피가 나올 것이다.

채광이 잘 드는 컨트리 감성의 내부 인테리어

채광이 잘 드는 컨트리 감성의 내부 인테리어

캠벨 포도에이드, 헤이즐넛 라떼와 생과일 갈레트

캠벨 포도에이드, 헤이즐넛 라떼와 생과일 갈레트

사실 이곳은 숨은 ‘헤이즐넛 라떼’ 맛집이다. 전날 밤에 배달을 시켜본 헤이즐넛 라떼가 너무 맛있어서 직접 방문하게 된 곳. 유기농 밀가루와 설탕으로 만든 다양한 디저트들도 준비되었으니, 취향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거기에 아기자기한 플레이팅과 테이블웨어가 눈까지 즐겁게 만들어줄 테니 향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입구에 놓여있는 수제청과 영국산 홍차들

입구에 놓여있는 수제청과 영국산 홍차들

벽면을 채우는 빈티지 소품들

벽면을 채우는 빈티지 소품들

💵 헤이즐넛 라떼 4.5 생과일 갈레트 5.5

여유로운 산책로, 대반동 해안로

대반동 해안로
 

 

해변길을 걷다 보면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카페 ‘대반동 201’의 비치 테이블

해변길을 걷다 보면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카페 ‘대반동 201’의 비치 테이블

가볍게 배를 채웠다면 드디어 바다를 보러 갈 시간이다. 택시 기사님께는 유달유원지 혹은 스카이워크로 가달라고 한다면 금방 이 비치 테이블을 발견할 수 있다. 잠시나마 이국적인 분위기를 느끼며 마음을 달래보면 어떨까. 카페는 테이블 뒤편 2층에 위치했고, 근처에는 목포 스카이워크와 뒤쪽으로는 유달산이 펼쳐진다. 스릴을 만끽하러 스카이워크를 가봐도 좋고, 그저 바다를 바라보며 천천히 산책을 즐겨도 좋다.

맑은 바다빛깔과 야자나무

맑은 바다빛깔과 야자나무

해상 케이블카가 보이는 해변길

해상 케이블카가 보이는 해변길

잔잔한 바다를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차분해지니까. 숙소 사장님께서 목포는 목포만의 날씨가 있다고 하셨다. 이 평화로운 해변길을 걷다 보면, 그 말 뜻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분명 더운 날씨이지만 따뜻한 듯하고 습하지만 기분 나쁘지 않은 날씨. 조용히 산책 나온 어르신들과 강아지들, 멀리 지나다니는 케이블카와 배들이 한가로운 풍경을 완성시킨다.

잠깐 내리는 보슬비도 괜찮아

잠깐 내리는 보슬비도 괜찮아

여행에 안 좋은 날씨는 최악의 적이지만, 이곳 목포에서는 아닐지도 모른다. 비 오는 날엔 숙소에만 있지 말고 잠깐이라도 걸어보길 바란다. 뜨거운 해가 가려져 걷기에도 수월하고, 보슬비와 함께 해변길을 걸으면 시원하게 펼쳐진 바다와 목포만의 날씨가 그동안의 힘든 마음에 위로를 건넬 것이다. 어떠한 소음도 없는 이곳에서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평화로움을 만끽하길.

옛날 감성 채워줄 시화마을

연희네슈퍼
옛날 감성 채워줄 시화마을

옛날 감성 채워줄 시화마을

영화 <1987>의 촬영지로 유명한 ‘연희네 슈퍼’

영화 <1987>의 촬영지로 유명한 ‘연희네 슈퍼’

영화 <1987>의 촬영지로 유명한 ‘연희네 슈퍼’. 대반동에서 조금 떨어진 서산동에 위치한 시화마을. 레트로 열풍이 불면서 목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포토 스폿이 된 ‘연희네 슈퍼’가 자리 잡고 있다.

시화마을 부근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고양이들

시화마을 부근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고양이들

들어가는 골목부터 옛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가게들과 동네 어르신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이곳. ‘연희네 슈퍼’말고도 서산동 지역 예술가들의 시와 벽화가 그려진 시화 골목을 둘러봐도 좋겠다. 천천히 걷다 보면 깊은 위로를 건넬 시를 만날지도 모른다.

하루의 마무리, 목포대교

목포대교
해질 무렵 잠깐의 사유와, 길게 늘어진 목포대교

해질 무렵 잠깐의 사유와, 길게 늘어진 목포대교

‘달밤포차’ 옆 해안길

‘달밤포차’ 옆 해안길

열심히 걸었다면 목포대교를 보며 잠깐의 휴식을 갖는 게 좋겠다. 하루 동안 있었던 좋은 일들을 다시 곱씹어 보며 하나둘씩 불이 켜지는 바다를 온전히 누리길 바란다. 조곤조곤 얘기 나누는 주변 사람들 사이에서 서서히 어두워지는 하늘과 바다. 하루의 끝이 다가온다.

여유로운 밤, 달밤포차

달밤포차
‘달밤포차’의 조명과 푸른 목포해안

‘달밤포차’의 조명과 푸른 목포해안

목포대교의 야경이 한 눈에 보이는 야외 테이블

목포대교의 야경이 한 눈에 보이는 야외 테이블

해가 지고 나면 목포대교가 보이는 ‘달밤포차’의 야외 테이블에서 야경을 즐겨보자. 바다에 왔으니 해산물 정도는 먹어줘야겠다. 낭만적인 바다 뷰와 싱싱한 해산물의 조합은 하루를 든든히 마무리해 줄 것이다.

새우 소금구이 (시즌메뉴)

새우 소금구이 (시즌메뉴)

이곳 ‘달밤’에는 메인 메뉴 외에도 튀김과 전, 볶음, 덮밥 등 다양한 사이드 메뉴가 준비되었다. 그중 ‘대패삼겹덮밥’은 기대 없이 시켰다가 반해버린 메뉴. 저렴한 가격으로 나눠 먹을 수 있으니, 가게 된다면 시켜 보길 추천한다.

목포대교의 야경

목포대교의 야경

배불리 먹고 나면 깜깜한 바다 가운데 목포대교만 반짝이고 있을 것이다. 목포에서 받은 위로와 힐링으로 몸도 마음도 풍요로워졌기를 바란다. 하루도 좋고, 이틀도 좋다. 천천히 목포를 둘러보며 목포만의 따뜻하고 귀여운 매력을 잔뜩 느껴볼 수 있길.